경계 경보가 일깨운 생의 의지
오월 마지막날. 국가의 기상 알람으로 시작했지만 무탈하게 좋은 사람과 밥을 먹고 산책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노트북을 들고나가야하나. 어디로 가야하나. 지진인가. 전쟁인가.
아침에 사이렌이 울렸을때는 먼저 날짜를 떠올렸습니다. 민방위인가. 이런 날짜에 이런 시간이면 민방위도 아닌데. 설명도 없는 이런 경보라면 전쟁밖에 없겠다 생각했어요.
피하라니 피하긴해야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뭘 챙겨야할지 긴장부터 되었습니다. 약간 떨리기도 하구요. 게다가 말많고 탈많은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과 공관 근처에 살고 있으니 불안은 더 극에 달했습니다.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에는 경보가 안갔다는데, 미사일을 서울 한복판으로 조준한것인가. 그렇다면 용산구는 가장 먼저 타겟이 될텐데요. 짧은 순간 온갖 생각을 다했습니다.
공통적인 반응들을 살펴보니 가장 소중한것 한가지를 챙기고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일. 제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두가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정말 중요한 몇가지만 챙겨서 갑자기 떠나야하는 상황을. 평소엔 당연히 생각할 일이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 북한이있지만 평소에 그걸 떠올리면서 살지도 않구요. 도쿄처럼 도심 한복판 지진이 흔하지도 않으니.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딱 몇가지만 챙겨야한다면 뭘 먼저 챙겨야하나를 생각해본 나름 좋은 기회였습니다.
전쟁이든 지진이든 무너지고 불타면 여기 있는게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멀뚱히 서서 집안을 채운 옷이나 물건, 온갖 장식품들을 둘러봤습니다. 평범한 주위의 것들이 다르게 보인 오월 마지막날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이나도 일을 하겠다는 생각인가. 마침 노트북으로 뭔가 하고 있었기때문인것 같은데, 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노트북이라니.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기
오월 마지막날. 국가의 기상 알람으로 시작했지만 무탈하게 좋은 사람과 밥을 먹고 산책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평범한 것들이 평범하지 않게 보인 하루였습니다. 경보와 함께 순간적으로 온몸이 떨리면서 살궁리 했던 감각이 잊혀지지 않아요. 살아야한다는 원초적인 감각과 함께 온갖 잡고민과 우울감이 잠시 사라졌습니다.
그나저나, 다음에 정말 다급한 진짜 경보가 울리면, 오늘을 떠올리며 '에이'하면서 넘기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민들이 나라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좀 알아채고 국민들에게 좀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