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버려. 그리고 힘냅시다.
지나온 길을 기억하고자, 지금껏 본 것들을 잊지않고 그 길로는 안가기위해 이 글이 박제되기를 바라며 남깁니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은 권태롭습니다. 결국에는 겪어봐야 알게되는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았고 지금까지 알았다 생각한것도 곧 '몰랐었구나' 하는 날이 오겠죠. 그저 지금 이 지점에서 마음에 타투처럼 새긴 것들을 털어놔보기로합니다. 이글은 누구라도 봐주길 바라면서도 아무도 안봤으면 하는, 그런 말도 안되는 마음으로 적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괴나리 봇짐하나 싸서 길을 나서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지길.
어제가 아니라 '오늘'에 있기
그랬었다- 라는 말은 경계 대상 1호. 과거의 영광과 따박따박 찍히던 월급의 안온함은 이제 없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그리운 정도따위는 비교가 안된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떠올리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거에 통하던 방식과 생각하던 것들은 스타트업을 하는 순간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회사 이름을 딱지로 붙이고 있을때의 모든 관계는 80%이상 리셋된다. 과거에서, 알고 있던 것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한다. 발목 잡히기 전에. 최소한 어제가 아니라 '오늘'에 있어야한다. 어제를 기준으로 오늘을 생각하면 괴롭고 불안하다.
Alone together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관리는 대외적 관계 관리만큼이나 큰 압박이고 주의가 필요하다. 공동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는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강줄기처럼 흐른다. 나란히 흐르지 않는다고 같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헤어질 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다. 차라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채로 멀어지는것이 나중을 위해선 더 좋다.
지금은 마치 한몸같아도, 내일도 그럴거라고 기대하지말아야한다. 극초기에 코파운더 이름 또는 두자릿수 지분과 월급을 동시에 요구하는 사람은 제낄것. 지분이나 월급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책임이나 고민의 무게는 지지 않으려는 사람도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지분은 '노력의 대가'나 '인정'이 아니라, 앞으로의 기여와 책임에 대한 것이다. 이 사실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자주 잊는다.
초기 단계에서 월급이 나가야하는 직원을 두는 것도 반대다. 스타트업은 집중해서 쏟아야하는 노력을 돈으로 환산해서 지급하려면 답이 안나온다. 당장의 실력보다 시궁창을 같이 헤엄칠 뜻이 있는 사람이 더 낫다. 사람이 없어서 돈을 주고 만들어야할때는 돈이 들어올곳을 미리 정해둬야한다.
브랜딩 말고 일단 팔기
브랜딩은 만드는게 아니라 만들어지는것. 브랜딩을 고민하기에 적합한때는 당장 돈을 만들어야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때다. 먼지같은 초기 회사나 스타트업에게는 당장 고민할 거리가 안된다.
촌스럽든 컬러가 어떻든 메시지가 투박하든 상관없다. 지갑을 열게하는 본질이 명확하면 된다. 초기 단계에서 '브랜딩'의 일환으로 고민하는 것들의 90%는 돈을 주고 프로덕트를 사겠다는 수요자의 결심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제한된 리소스와 생존이 우선인데 브랜딩 한다고 해봐야 뻔하다. 그런 욕심은 넣어두고 일단 무조건 프로덕트가 '돌아가는데' 집중하고 '파는데' 온 신경 세포를 몰아야한다.
나와 프로젝트를 분리하기
몰입하되, 동일시하지 말아야한다. 동일시하면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평가를 받는 것도 고난이다. 꽤 시간이 흐른뒤에야 난 이 부분이 취약하다는걸 알았다. 프로덕트에 대한 의구심이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나의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다. 헷갈리면 사람들 만나기도 괴롭고 앞으로 나가는게 힘들어진다.
비즈니스보다 나를 지킬것.
뭔가를 새롭게 처음부터 만들고 키운다는 것은 외롭고. 외롭고. 외롭다. 외롭지 않은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관리하는게 중요하고 그만큼 몸을 관리해야한다. 건강하면 외로운 마음이 조금은 덜하다.
대표면 자유롭게 아무때나 일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하는 친구가 있다. 출근과 퇴근시간을 정하는 결정권이 있는 사람은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말이다. 아무때나 일할 수 있어서 좋은게 아니라 아무때나 일해야한다. '결심'과 '규칙'을 통해서만 의도적으로 일과 떨어져 충전할 수 있고 나를 관리할 수 있다. 휴식도 결심하지 않으면 할수 없다.
비즈니스보다 나를 먼저 지켜야한다. 그래야 비즈니스가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아니면 다른 비즈니스라도 할수 있다.
그래도 스타트업.
돌아보면 스타트업이라는 말만큼 '시작'을 거창하고 어렵고 무겁게 만드는 말은 없다. 그 무게감은 뛰어들고 한참 후에나 느껴지니 이 또한 함정이다. 하지만, 온전한 나를 파헤치고 발견하는 기회, 많은 것이 정리(?)되는 계기가 되니 값나가는 경험이다. 실제로 돈도 많이 나간다.
나는 이제 스타트업이니 비즈니스라는 단어는 집어치우고 그저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고 거절당하고, 결국 선택되기를 갈구한다. 희망이라는 말은 너무 희망적이다. 희망은 버리고 힘을 내야한다.